노정태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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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립니다  -  2007/02/0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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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장집 인터뷰와 학자의 '내공'  -  2007/01/24 00:37

한국의 지식인 중 최장집만큼 객관적인 시각으로 안티조선 운동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노무현과 그를 지지하는 세력들의 전유물인 양, 어떤 광적인 대중운동인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안티조선은 최장집의 논문의 사상성을 검증해보겠다던 조갑제의 만용과, 그것을 묵과하지 않고 들고 일어선 강준만 일당의 반발로부터 출발한 지식인 운동이다. 그 과정 속에서 최장집은 철저히 객체화되었고, 자의건 타의건 고려대학교 아시아문제연구소에서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가 노무현 정부와 그 업적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객관적이고 학술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러므로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 '개혁적'이라고 착각하던 수많은 지식인들이 '조선일보 나빠'라고 한마디 하며 되도 않은 참여의식에 쩔어가고 있을 때, 그 사건의 진정한 피해자는 미쳐 돌아가는 현실과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한겨레와의 인터뷰(링크)에서 그는 노무현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와 다른 지식인들을 구분짓게 만드는 요소는, 그가 자기 판단의 이유와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의 의미, 헌법과 민주주의의 관계, 민주주의를 빙자한 권위주의의 발전 양태 등, 정치를 학적으로 이해함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개념들이 차곡차곡 정리된다. 이 인터뷰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2007년에 나온 한국어 텍스트 중 가장 훌륭하다.

여기서 나는 한 가지 다른 측면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인터뷰 자체가 아닌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태도에 관한 것이다. 위 두 문단에서 길게 늘여쓴 바와 같이, 현재 정치적 상황을 바라보는 최장집의 냉철한 인식은 그가 노무현의 당선까지 이어졌던 광풍에서 자유로웠고 그 열정을 온전히 연구에 쏟았기에 얻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독자가 칭송할 만한 최장집의 미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그의 냉철함, 지적인 성실함,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잊지 않는 시민정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다. 이러한 개별적인 장점을 '내공'이라는 단어로 싸잡아서 뭉뚱그리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나는 특정인의 구체적인 발언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학자의 저서나 발언을 받아들이는 방식 그 자체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좀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이 인터뷰를 끝까지 정독하고 나자, 한국 사회의 문제에 관심이 많고 사회 평균치보다는 많은 글을 읽는 누군가가 '크, 역시 최장집의 내공!'따위 소리를 하는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고, 비록 허수아비 논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더라도 그런 지점에 대해 한마디 하고 넘어가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이른바 '내공론'은 학적 언어가 생산 소비되는 방식에 대한 문법적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스포츠맨의 우열을 묘사할 때에도 쓸모가 없을 만큼 뭉툭하고 포괄적인 언어를 이용하여 지식인을 평가한다는 것은 망치로 반도체를 수리하겠다는 말과 다를 바 없는 넌센스다. 우리는 어떤 운동선수의 탁월함을 묘사할 때, 가능한 한 그가 가진 기술적 측면을 세세하게 기술한다. 가령 하이킥을 날릴 찬스를 이끌어내는 크로캅의 복싱 스킬이라던가, 스탠딩 다운 상태에서도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효도르의 위기 관리 능력이라던가. 크로캅의 카리스마나 효도르의 무표정한 포스 운운하는 것은 방금 격투기 체널을 튼 사람들이나 하는 짓이고, 일반적으로는 그 바닥에 대한 경험이 쌓이고 안목이 늘수록 해당 경기나 선수에 대해서도 세부적인 비평을 할 수 있게 된다.

'내공론'에는 바로 이러한 구체성이 완벽하게 결여되어있다. 인문학에 관심이 있다는 사람들이 쉽게도 말한다. 마르크스의 내공, 월러스틴의 내공, 하버마스의 내공. 포퍼와 비트겐슈타인의 논쟁도 그러한 시각 앞에서는 졸지에 강호의 고수들, 즉 깡패들의 장풍 시합으로 변질되어, 나름의 논리와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할 그들의 섬세한 언어는 죄다 '아도겐'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 학자들과 논쟁의 본질이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의 인문돌이도 물론 잘 '알고' 있다. 문제는 그 앎이 삶의 에티튜드로 변환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결과 '내공'이라는 단어가 횡횡하는 한국어 속에서 학문에 대한 우리의 이해가 그 벽에 부딛치고 만다는 데 있다.

'인문학의 위기'를 둘러싼 논의에 대해 이 기회에 한마디 첨언하자면, '내공론'으로 대표되는 한국 인문학 소비자들의 천박한 학문 인식 또한 현재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한 기제로 제시되어야 한다. '내공'이라는 단어에 사로잡혀 우리는 학자의 인생과 학문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개별적으로 판단 비판하는 법을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 인문학에 대한 한국어 화자들의 이해 수준이 늘 제자리에서 맴도는 것은 그런 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경기 시간 내내 임요환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임요환 팬(스타크래프트가 아닌)이 과연 경기를 꿰뚫는 안목을 얻을 수 있겠는가? 학자의 학문적 내용을 검토할 만한 지식과, 지식 이전에 감정적으로 덤덤해질 수 있는 정서적 평정을 갖지 못한 독자가 인문학 텍스트를 읽고 이해하여 향유할 수 있다면 그게 오히려 넌센스이다. '내공론'은 텍스트에 대한 정밀 독해를 방해하는 언어적, 이데올로기적 장애물인 것이다.

'내공론'은 학자들간의 상호관계와 지식이 생산되는 방식에 대해서도 큰 오해를 불러온다. 한 학파를 무림의 문파와 등치시킴으로써, 인문돌이는 한 시대를 대변하는 큰 업적을 남긴 사람만을 '고수'로 인정하고, 그러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세부적인 분야에서 논문을 쓰고 연구를 진행한 수많은 학자들을 무협영화의 엑스트라로 간주한다. 이따위 시각으로 학계를 바라보면 국내 학자들의 업적이 눈에 찰 턱이 없다. 아무리 최장집이 날고 뛰어봐야 데이비드 하비의 '포스'를 이길 수는 없잖은가. 헌데 이런 식의 문법적 착각은 꽤나 빈번하게 이루어져서, 우리의 인문돌이들은 더 밝고 뜨거운 전구를 향해 날아가는 불나방으로 화하곤 하는데, 그게 바로 웹상에서 돌출하는 '맑빠'들의 발생 원인이 아닐까 싶다. 좌파라는 자의식을 가진 소년소녀들이 더 강한 포스를 찾다가 결국 '맑스'로 향하게 된다는 뜻이다.

최장집으로 돌아와보자. 그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으로서의 책무를 그 누구보다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그 탁월한 인터뷰는 그가 현 정권에 대해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자신의 연구에 충실하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일 뿐, 무슨 심후한 내공을 토해낸 사자후는 아닌 것이다. 구체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한국 인문학 소비자 중 상당수가 '내공론'의 오류에 빠져있다고 생각하며, 그들의 지적 정서적 천박함이 '인문학의 위기'를 증폭시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추측한다. 파리에게 파리통에서 빠져나가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파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야 한다. '내공'이라는 단어를 추방하는 것을 그 첫 단계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2007년 1월 23일 오후 9시 17분 작성.


* 링크되어 있는 인터뷰를 읽지 않은 사람은 지금이라도 꼭 정독할 것.

* '인문돌이'라는 표현에는 다소 비하하는 어감이 담겨있으나, 특정인을 지목하는 것이 아니고 나를 포함하여 그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어떤 경향성을 지적하기 위해 사용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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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섭  -  (2007/01/24 15:53)   R | X 
인터넷상의 언어에서 특히 구체성 없이 '내공', '포쓰 후덜덜' 'ㄷㄷㄷㄷ' 하는 식의 억지로 대상에게 아우라 뒤집어씌우기(??)가 더 활개를 치고 또 전염이 쉽게 되는 듯함.. 웃기면 무조건 'ㅋㅋㅋ' 이런 식으로 천편일률적으로 반응하는 것도 무관하진 않은 현상이라고 생각되는데.. 말이 되나?
이상한 모자  -  (2007/01/24 19:17)   R | X 
안녕, 노정태? 난 레빠야. 받아라, 아도겐!
노정태  -  (2007/01/25 12:51)   R | X 
김규섭/ ㅋㅋㅋ는 이모티콘처럼, 제한된 활자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반응 등을 표현하려는 방식이라고 생각해. 대상에게 아우라를 뒤집어씌운다는 맥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듯.

이상한 모자/ ←↓→ + A 를 입력했구나.
프리스티  -  (2007/01/28 00:02)   R | X 
이 글 읽고 많이 반성했습니다.
노정태  -  (2007/01/29 18:01)   R | X 
프리스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방법론  -  2007/01/09 01:10

서로의 지적 능력을 의심하지 않고, 객관적으로도 어느 수준 이상의 탁월성을 갖춘 사람들이, 목소리의 톤을 낮춰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 무제한으로 술을 마시며 한도 끝도 없이 이야기를 한다면, 그들은 같은 정보를 제공받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훨씬 다양하고 많은 분야에 대해 대체로 타당한 견해를 수립할 수 있다. 이것은, 음주에 있어서 중용의 파괴만을 제외하고 본다면, 그리스인들이 향유했던 심포지움(향연)에 대한 기술이지만, 동시에 그 자체로서 가감없이, 2004년 상반기에 한윤형의 자취방에서 벌어졌던 광경의 묘사이기도 하다.

한윤형은 당시에 자신이 썼던 글을 정리하며, 지금 돌이켜볼 때, 비록 흥분한 상태였지만 내용만큼은 대부분 옳다며 놀라워했다. 나는 그 말에 문자로 대답했다. 당시에는 흥분하는 것만이 이성적인 행동이었다고. 그때 무제한으로 술을 마시던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흥분해있었고 그래서 매일 술을 들이켰다. 당시 그 방의 분위기란 마치 막걸리를 증류하여 소주로 만드는 솥단지처럼, 뜨겁고 터질 듯 하면서도 알콜 농도 짙은 것이 아니었나 싶다.

문제는 그때와 같은 방법론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는 데 있다. 즉, 고대 그리스인들처럼 매일 미칠듯이 떠들면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아도(당시 나의 도서관 대출 기록은 매우 빈곤하다) 타당한 견해를 수립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짓을 다시 하는 것은 모든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 택해야 하는 방법은, 인쇄술 발명 이후 언어생활의 많은 부분이 문자언어로 흡수된 이후의 것, 독서와 필기와 사색 등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지적 생산의 측면 외에도, 조직론이라던가 대인관계 등 많은 분야에서 철학적인 검토 이전에 방법론에 대한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 아닐까 한다. 한윤형은 노사모가 정치 조직이면서도 정치 조직론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모순을 지적한다. 그러한 의문에 대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그 주체들의 정치관이나 무의식에 대한 분석 이전에, 조직 그 자체를 지적으로 탁월하게 다루어보는 과정이 요구된다. 문제를 폭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라면 말이다.

-2007년 1월 8일 오후 7시 53분 수고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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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모자  -  (2007/01/10 00:12)   R | X 
요즘 내 머릿 속에서 '지적 능력' 이라는 것이 밑도 끝도 없이 빠져나가는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한윤형의 자취방도 그립고 (몇 번 맛보지 못했었지만..) 술자리도 그립고 진보누리도 그립고 ( <-이건 애증의 대상) 진중권도 그립다. 쇠고기도 그립다. 쇠고기쇠고기쇠고기쇠고기.. 그 시절이 뭔가 황금시대와 같았다면 지금은 암흑시대를 사는 느낌이다.
노정태  -  (2007/01/10 00:17)   R | X 
넌 갈비찜 먹었잖아 최근에.
이상한 모자  -  (2007/01/10 00:25)   R | X 
돼지갈비찜이었다......
노정태  -  (2007/01/10 01:55)   R | X 
고기면 됐지...



 ○  2006년도 독서 목록  -  2006/12/31 22:59
스크루테이프의 편지Lewis, C. S2006.01.10
神學大典 . 16 : 第2部1 第1問題-第5問題Thomas2006.01.14
우주의 구조: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Greene, Brian R.2006.01.20
구본창김승곤2006.01.21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Covey, Stephen R2006.01.24
교황의 역사 : 도시에서 세계로Chiovaro, Francesco2006.01.26
주제 : 강유원 서평집강유원2006.01.26
신의 가면 . 3 , 서양 신화Campbell, Joseph2006.02.03
좋지 않은 시대의 사랑 노래Brecht, Bertolt2006.02.03
종교의 기원Freud, Sigmund2006.02.04
기독교의 역사 : 새로운 종교의 탄생Johnson, Paul2006.02.06
잔혹한 책읽기강대진2006.02.06
아나바시스 : 내륙으로의 행군Xenophon2006.02.06
시편사색Lewis, Clive Staples2006.02.09
기독교의 역사 : 유럽의 문명을 만들다Johnson, Paul2006.02.09
기독교의 역사 : 세계의 정신이 된 기독교Johnson, Paul2006.02.09
한국어 문법이익섭2006.02.20
순전한 기독교Lewis, C. S2006.02.21
천국과 지옥의 이혼Lewis, Clive Staples2006.02.22
세계정치론Baylis, John2006.02.22
헤아려본 슬픔Lewis, C. S2006.02.27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백승영2006.02.28
대학생 글쓰기 특강강준만2006.03.06
빌러비드 : 토니 모리슨 장편소설Morrison, Toni2006.03.09
안정효의 영어 길들이기 . [2] : 영작편안정효2006.03.10
The pearlSteinbeck, John2006.03.14
The good earthBuck, Pearl S2006.03.14
James and the giant peachDahl, Roald2006.03.15
The hobbit or there and back againTolkien, J. R. R2006.03.22
Roald Dahl's Revolting rhymesDahl, Roald2006.03.22
Charlie and the chocolate factoryDahl, Roald2006.03.24
I was a rat!Pullman, Philip2006.03.27
The ruby in the smoke / 1st Laurel-Leaf edPullman, Philip2006.03.28
Of mice and men : Of mice and men : Cannery row , Cannery rowSteinbeck, John2006.04.01
Where's my cow? : [a Discworld picture book for people of all sizes] / 1st U.S. edPratchett, Terry2006.04.03
Shadow in the north / 1st Laurel-Leaf edPullman, Philip2006.04.03
Charlotte's webWhite, E. B2006.04.11
The tiger in the well / 1st Laurel-Leaf edPullman, Philip2006.04.14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Girard, Rene2006.04.17
Clockwork, or all wound upPullman, Philip2006.04.24
이건희 시대강준만2006.05.01
The graduateWebb, Charles Richard2006.05.08
Spring-Heeled JackPullman, Philip2006.05.09
The giverLowry, Lois2006.05.10
The Father Brown stories, part 1Chesterton, G. K2006.05.29
The golden compassPullman, Philip2006.06.02
The subtle knifePullman, Philip2006.06.08
The amber spyglassPullman, Philip2006.06.14
Philip PullmanSpeaker-Yuan, Margaret2006.06.15
The science of Philip Pullman's His dark materials / 1st American edGribbin, Mary2006.06.16
Lyra's Oxford / 1st American edPullman, Philip2006.06.19
The Iron manHughes, Ted2006.06.28
(국제 그랜드마스터 김 알렉세이로부터 배우는)체스김 알렉세이2006.07.13
Vocabulary for dummiesRozakis, Laurie2006.07.28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 1st Harper Trophy edLewis, C. S2006.07.28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Allen, David2006.08.07
시간 관리? 인생 관리!Forster, Mark2006.08.09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홍은택2006.08.16
The scarecrow and his servantPullman, Philip2006.08.24
모국어의 속살고종석2006.08.29
빅맥이냐 김치냐 : 글로벌기업의 현지화 전략Zonis, Marvin2006.08.31
수학자, 증권시장에 가다Paulos, John Allen2006.09.04
Molvania : a land untouched by modern dentistry / 1st edCilauro, Santo2006.09.05
金禹昌 時評集: 시대의 흐름에 서서김우창2006.09.12
투자전쟁 : 헤지펀드 사람들의 영광과 좌절Biggs, Barton2006.09.12
20세기로부터의 유산 : 세계경제와 국제정치국제정치경제연구회2006.09.12
수학 천재 튜링과 컴퓨터 혁명Agar, Jon2006.09.14
(한눈에 보는)세계분쟁지도增田隆幸2006.09.15
Introducing the universePirani, F. A. E2006.09.15
나르시스의 꿈 : 서양정신의 극복을 위한 연습김상봉2006.09.18
개혁의 덫장하준2006.10.04
초기 기독교의 형성Trocme, Etienne2006.10.12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 무엇이 무엇인가신장섭2006.10.12
일곱 편지Ignatius2006.10.17
(진중권의 시사 키워드 사전)첩첩상식진중권2006.10.17
외교, 외교관 : 외교의 실제최병구2006.10.18
공산당선언 : 강유원의 고전강의 : 젊은 세대를 위한 마르크스 입문서강유원2006.10.19
(지성의 흐름으로 본)경제학의 역사Backhouse, Roger2006.10.26
카우보이들의 외교사 : 먼로주의에서 부시 독트린까지 미국의 외교전략김봉중2006.10.31
(이야기로 아주 쉽게 배우는) 미적분Downing, Douglas2006.11.03
지적생활의 방법渡部昇一2006.11.09
타자기를 치켜세움Auster, Paul2006.11.13
경제적 자유로 가는 길Schafer, Bodo2006.11.14
인털렉추얼 라이프 = 초판(중쇄)시사영어사 편집국2006.11.14
나쁜 엄마 나쁜 아빠Mankoff, Robert2006.11.15
역사 한 잔 하실까요? : 여섯 가지 음료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Standage, Tom2006.11.22
정리기술 : 심플한 삶을 위한 새로운 전략Davenport, Liz2006.11.23
천재들의 창조적 습관 / 제2판Tharp, Twyla2006.11.24
첼리스트 카잘스, 나의 기쁨과 슬픔Kahn, Albert Eugene2006.11.28
Matilda / Puffin edDahl, Roald2006.11.28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세계사 . 1 , 빅뱅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Gonick, Larry2006.11.30
몽실 언니권정생2006.12.11
행복에 걸려 비틀거리다Gilbert, Daniel Todd2006.12.13
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과정전인권2006.12.21
기억의 메타포Draaisma, Douwe2006.12.21
포토리딩Scheele, Paul R2006.12.26
영어의 탄생 : 옥스퍼드 영어사전 만들기 70년의 역사Winchester, Simon2006.12.26
우리말의 탄생 : 최초의 국어사전 만들기 50년의 역사최경봉2006.12.26
프랭클린 자서전Franklin, Benjamin2006.12.27
사다리 걷어차기장하준2006.12.27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책들. 가장 오른쪽 날짜는 반납일인데 편의상 완독한 날로 간주하기로 했다. 권수는 총 100권이고, 빌렸다가 그냥 반납하거나 일부 발췌하여 정독하였더라도 끝까지 페이지를 넘기지 않은 경우는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렇게 목록으로 만들어놓고 훑어보고 있노라니, 말 그대로 연말결산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여기서 가장 즐거운 독서경험을 안겨준 책은, 단연 The Golden Compass. 완벽한 모험 소설이다. 영화가 개봉하는 즉시 전 지구적 대세로 떠오를 것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에, 그 외에도 이것저것 할 말이 많을 줄 알았는데, 막상 밤 열한 시가 되고보니 꼭 그렇지도 않군.

이 목록은 교과서, 구입해서 읽은 다른 책들, 잡지, 성서 등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이미 다 읽었지만 아직 반납하지 않은 두 권의 책도 여기에 끼지 못했고. 그러므로 이게 나의 2006년의 전부를 반영한다고 볼 수는 없다. 내 입장에서는 쭉 훑으면서 내가 이때는 뭘 했고 저때는 뭘 했고 하는 식으로 하염없이 떠들어댈 수 있지만, 어차피 전부 지난 일인걸.

여러분 모두 행복한 한 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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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tiker  -  (2007/01/02 20:51)   R | X 
순진하기 그지없는 저는 정태님이 도서관에서 책 빌려오시는 동안
한양문고 달려가서 새로 나온 만화책만 훑고 있었습니다.
엑셀로 목록을 정리하려 했는데, 제목들이 워낙 민망해서 도저히 못 하겠더라구요.
'나의 XXXX' 같은 제목들을 한 서른 권쯤 나열하다 포기했습니다.
저도 한 번 올려볼까요. 으음...이러다 유해블로그로 티스토리에서 짤리는 건;;

더 슬픈 건, 그 민망한 제목들이 제 1년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거겠죠. 밥먹고 발닦고 잠자고 나머지 시간엔 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_ㅠ
이상한 모자  -  (2007/01/03 13:46)   R | X 
난 내가 무슨 책을 읽었는지 도통 알 길이 없음.
노정태  -  (2007/01/05 01:54)   R | X 
kritiker/ 목록에 안 썼지만 저 실은 "How to succeed with women"이라는 책도 봤...

이상한 모자/ 너는 정치 문건과 팸플릿과 찌라시 등을 읽었다고 간주하면 되잖아.
익두  -  (2007/01/09 19:48)   R | X 
국어학 관련 도서로서의 모국어의 속살은 실상 국어학개론을 위한 개론서지요.
(제목을 봤을 때는 민족주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저 책, 기자들한테 음운론 정도는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노정태  -  (2007/01/10 01:59)   R | X 
너는 지금 모국어의 속살과 국어의 풍경들을 혼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모국어의 속살은 시집들에 대한 평론집이야. 국어의 풍경들로 돌아가자면, 국어학개론을 위한 개론서일 수도 있고, 아주 적나라하게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언어적 지식이 담겨있는 책으로 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왜냐하면 그 평이한 지식을 설명하는 고종석의 문장과 단어 선택 등에 오류가 전혀 없으니까. 이오덕의 우리말 바로쓰기에 자신이 비판하는 바로 그 어법이 종종 튀어나오는 것과는 다르게 말야.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끔 표현에 혼동이 오면 고종석의 그 책을 꺼내서 보곤 해.



 ○  메모: 2006년 12월 24일  -  2006/12/24 00:08
1. 백일 휴가 나온 친구 집에서 놀고 있는 중.

2. '요츠바랑' 20자 감상: 토모처럼 팔팔하고 오사카처럼 엉뚱한 치요가 나오는 만화.

3. 연말 이벤트, 혹은 올해 이후 매년 행사삼아 할 일을 기획하고 있는 중.

4. 교회에서 부르는 전통적인 성탄미사곡에서부터, 세속(?) 캐롤, 머라이어 케리도 있고, 이것저것 크리스마스 대표곡이 많고도 많지만, 올해는 유독 이 노래가 떠오른다. 여러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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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tiker  -  (2006/12/24 12:37)   R | X 
전 한양문고에서 뭔가 기념이 될 BL 만화라도 집어오려고요(...)
스팸 트랙백도 모두모두 메리 크리스마스'ㅇ'/
노정태  -  (2006/12/24 21:22)   R | X 
크리티커님도 메리 크리스마스.



 ○  거의 한달째 죽어있는 블로그  -  2006/12/20 04:36

괜히 올려놓는 글 하나.

http://www.concurringopinions.com/archives/2006/12/a_guide_to_grad.html#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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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tiker  -  (2006/12/30 07:37)   R | X 
우리 택현오빠 현백언니도 저렇게 제 성적을 주신 게 아닐까요(...?)
이번학기에는 C가 없다는 사실에 할렐루야 이러고 있습니다.
노정태  -  (2006/12/31 01:35)   R | X 
마음이 가난했던 저는 C가 있다는 사실에 할렐루야 했던 적이 있지요. 마치 수면 바로 위에서 활강하며 물고기를 낚아채는 갈매기처럼, 그렇게 학사경고를 피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  메모: 2006년 11월 24일  -  2006/11/24 02:33
1. 빠른머리를 치면서 스탭을 잘못 밟았는지, 발바닥이 조금 아프다.

2. 바로 그 검도장에서 어제(수요일) 단감을 세 알 얻어왔는데, 그 중 하나를 까먹은 나는 내일을 기약하며 나머지 둘을 냉장고 위 계란 한 판-_-;;에 사뿐히 얹어놓고 학교에 갔다가 다시 운동을 하고 왔다. 도장에는 아직도 감이 남아있길래, 어제 받았지만 오늘도, 사범님이 안 보시는 틈을 타서 슬쩍 세 알 챙겼는데, 와보니 계란 위에 감이 하나밖에 안 보이는 것 아닌가. 처음에는 '내가 두 개 먹고 까먹었구나' 싶었는데, 방에 올라와보니 가을이의 이빨 자국이 점점히 찍혀있고 군데군데 멍이 든 단감 하나가 자명종 옆에 예쁘장하게 앉아있었다. 가을이의 턱 힘과 근성에 새삼 감탄하고 있다.

3. 한국에서 세상 돌아가는 바에 관심을 갖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대충 이런 딜레마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나라 걱정하는 좌파로 살 것인가, 빈곤을 고민하는 우파로 살 것인가. 인터넷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본격적으로 토론을 하기 시작했던 시절, 나는 나 자신이 후자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의 계급적 정체성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전자로 전향했다. 그리고 지금은 외무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결국 다시 한 바퀴 돌아온 것일까? 이 문장을 치기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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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섭  -  (2006/11/24 09:47)   R | X 
3. 한국의 우파들에게 빈곤은 별로 고민거리가 아니고 국내의 반기업정서가 고민거리인 듯 . .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노정태  -  (2006/11/24 18:15)   R | X 
아아 또 맥락이...
김규섭  -  (2006/11/24 19:05)   R | X 
원래 그래 ㅋ
근데 지금 전자라는 건지 후자라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
'-';
카이만  -  (2006/11/24 20:54)   R | X 
그 딜레마에 대한 필사적인 봉합의 시도로 나는 글을 쓰고 있는 거겠지. 대충 전역후 한 두해가 지나기 전에 이 봉합이 성공할지 실패할지가 결판이 날 테고, 만일 실패하면 나도 양자택일의 기로에 서게 될 게다.
hs  -  (2006/11/27 21:26)   R | X 
무슨 고민을 어떻게 하든지, 대부분 결말은 '나를 고민/걱정 하는 좌파/우파'로 나는건 아닐까. ㅎㅎ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한 개인이 좌/우를 선택하는 것이 영웅적 윤리 행위인 것도 아니고..
얼마만큼의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어. 선거 때 누구찍냐 만큼의 의미밖에 없는 것 같기도..
눈쌀 찌푸리게 만드는 꼴통이야 좌/우를 막론하고 존재하는거고 말야.

근데 '나라 걱정하는 좌파'라니, 노정태동지! NL이 되려고 했단 말인가!
hs  -  (2006/11/27 21:27)   R | X 
오해를 덜기 위해 첨언하자면, 내 주변 NL들의 자기정체성이 딱 '나라 걱정하는 좌파'더군..
노정태  -  (2006/11/28 00:38)   R | X 
대충 이해는 가지만 와닿지가 않았을 때, 억지로 시니컬한 제스쳐를 취하거나 하면, 네 리플을 본 나로서는 정말 대꾸할 말이 없어. '그럼 내가 NL이란 말인가 쿠쿵' 같은 대답을 할 수 있으려나?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자. 너는 순식간에, 전적으로 그렇다고 '매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내가 지금의 한국 사회의 분위기와는 동떨어지게 자신이 좌우를 택하는 것이 영웅적인 윤리행위라고 믿고 있는 청년인 것 같은 맥락을 형성시키고 있잖아. 하지만 나는 이 리플에서 네가 전제로 삼고 있는 세계관과 인생관을 전부 수용하지 않고 있거든. 그러니 마지막에 네가 보여주는 다소 개그틱한 제스쳐가 받아들여지지 않는거야. 도저히 네 말에 웃을 수 없어서 지금 참 난감한 거고.
익두  -  (2006/12/11 17:27)   R | X 
1. 형의 예전 답글에 다시 답글을 달자면, 그 날 같이 점심 먹은 K누나가 형이 왕성한 블로거라는 이야기를 해줘서 혹시나 구글링을 하다 걸릴까 해서 찾아봤는데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들리게 되었고! 오늘 생각나서 다시 들립니다. 저도 2월 15일이 지나면 설치형 블로그 하려고요.

2. 비웃는 건 아니지만, 요즘 NL이라는 말은 계파 가르기 좋아하는 신문기자들이 민노당 계파 가를 때나 쓰는 말인지 알았는데.. 아직도 쓰는 분이 있군요. 그래서랄까요. 인터넷은 참 무서워요. 안노 히데아키 말을 빌자면, 벗어나기 힘든 과거의 속박과 마주하게 되니까요. (쓰고 보니 불분명하군요)
노정태  -  (2006/12/13 00:35)   R | X 
익두/ 역시 그 K양이었군. 근데 보다시피 왕성한 블로거는 아냐.

그리고 NL이라는 말은 나도 가끔 안 쓸 수가 없어. 민주노동당의 당내 정치를 설명하려면 그 용어가 꼭 필요하거든. 아마 네가 블로깅을 하고, 거기서 현실 정치에 대한 얘기를 하다가, 각 정당의 내부 상황에 대해서까지 논의를 확장시킨다면 너도 분명 그 단어가 단지 과거의 속박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거야. ㅡㅡ;;



 ○  T for Toast  -  2006/11/21 23:40

혹자는 이것을 혁명 토스트라고도 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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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alker  -  (2006/11/22 08:51)   R | X 
기분나쁜 물건인데
JWalker  -  (2006/11/22 08:51)   R | X 
기분나쁜 물건인데
노정태  -  (2006/11/22 18:17)   R | X 
두번이나 말할 건 없잖아
노정태  -  (2006/11/22 18:17)   R | X 
두번이나 말할 건 없잖아
hs  -  (2006/11/23 08:54)   R | X 
진실로 기분나쁜 물건인데-_-
'혁명 토' 라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_-
hs  -  (2006/11/23 08:54)   R | X 
진실로 기분나쁜 물건인데-_-
'혁명 토' 라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_-
노정태  -  (2006/11/23 15:33)   R | X 
디카를 사면 다시 찍어서 올려주마 제길슨
노정태  -  (2006/11/23 15:33)   R | X 
디카를 사면 다시 찍어서 올려주마 제길슨



 ○  몇년만에  -  2006/11/15 03:11

갑자기 딸꾹질이 난다. 멈추지 않는다. 조금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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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itiker  -  (2006/11/15 23:09)   R | X 
100번 하면 위험합니다.
노정태  -  (2006/11/16 15:54)   R | X 
다행히 살았습니다.



 ○  프리즌 브레이크  -  2006/11/14 15:47

(시즌 2x08 까지의 전개, 복선 및 결말에 대한 언급이 충만하게 들어있습니다.)


1.

<프리즌 브레이크>는 폭스 TV에서 방영중인 미국 드라마다. 이 간단한 개념 정의를 통해 우리는, 왜 이 드라마가 시즌 2까지 굳이 방영되고 있는지, 또 그로 인해 더럽게 재미없어지고 있는지를 즉각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폭스는 좀 시청률이 나온다 싶으면 여지없이 연장방영을 함으로써 걸작이 될 수 있었던 작품들을 말아먹는데 일가견이 있는 방송사이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X-File>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시즌 7이었나 6이었나에서 '외계인의 음모'가 바야흐로 밝혀지던 그 순간의 쉣스러움을 잊지 못하고 있는데, 특히 커튼을 촥 걷었더니 UFO가 날아다니고 레이저가 쀼뷰붕 하고 나와서 산천초목을 불태우는 모습은 가히 장관이었다. 단편적인 미스테리를 살살 뿌려가며, 다 밝혀낼 수 없을만큼 거대한 음모가 이면에 흐르게 함으로써 형성되던 특유의 긴장감이 단번에 와장창 무너진 세계 드라마 역사상 가장 지랄맞은 명장면이었던 것이다.

이런 폭스 TV가 <프리즌 브레이크>를 그냥 내버려둘 리 없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이 작품은, 14화에서 스코필드가 의료실 바닥을 통해 형을 무사히 탈출시키면서 끝났어야 한다. 물론 제작진과 작가들은 그 이후의 스토리 전개에 대한 구상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 와서 하는 소리일 뿐이다. 애초에 14화까지만 판매하기로 했던 계약이 늘어나면서, 'CUTE POISON'으로 녹여냈던 의료실 하수구는 12인치 파이프로 막혀버렸고, 스코필드와 탈출자 일당은 으악 씨발 하면서 잽싸게 감방으로 돌아와야만 했으며, 링컨은 전기의자에 앉았다가 살아나고 동생은 독방에서 미친척을 하는 등, 폭스리버 교도소 제소자 일동은 별 짓을 다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고 말았다. 아브루찌가 제공하는 비행기를 무사하게 타버리면 시즌 2가 모두 해외에서 진행되어야 할 터이므로 탈옥범들은 뛰어서 도망간다. 어두컴컴한 들판에서 뭐 빠져라 뛰는 그들의 모습을 공중샷으로 잡으며 시즌 1은 끝났다.

탈옥범들을 제한된 공간에서 해방시키면서 이 시리즈는 그 자체로서 가지고 있던 스릴러로서의 미덕을 모두 상실해버리고 만다.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계획을 들고 왔지만, 그 속에 모래처럼 끼어드는 인간들로 인해 겪게 되는 시행착오와 위기들이 시즌 1을 이끌어간 극적인 동력이었다면 말이다. 변기를 뜯어내기 위해 교도소 리모델링 할 때 감춰뒀던 육각 렌치를 벤치에서 뽑아내는 것까지야 계획대로 할 수 있었지만, 제아무리 스코필드라고 해도, 그 자리의 터줏대감이 시비를 걸며 그것을 빼앗아가는 것까지 계산하고 들어올 수는 없었다. 다른 사건들도 이와 비슷하게 진행된다. 몸에 새겨진 문신에는 폭스리버 교도소의 하수구 도면과, 그 외에 탈옥에 필요한 온갖 사항들이 암기법처럼 축약되어 적혀있다. 제한된 공간을 배경으로, 형 링컨에 대한 사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성공해야 한다는 시간적 제약까지 맞물려, <프리즌 브레이크>는 시청자에게 마치 퍼즐을 풀어나가는 듯한 짜릿함을 안겨주었다.

문제는 그들이 감옥에서 나온 다음이다. '교도소 리모델링 공사의 실질적 총 책임자'였던 스코필드가 그 공간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합당한 설정이지만, 그렇기에 그의 온 몸에 새겨진 문신은 그들이 담장을 넘어서는 순간 별 쓸모 없는 '문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물론 '볼쇼이 부즈'라던가, 자동차를 폭파시키기 위한 트릭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장방영을 위한, 즉 시즌 1과의 연속성을 어떻게든 확보해보기 위한 제작진의 눈물겨운 발악에 불과하다. 등짝 한가득 새겨진 파이프라인 도면은 그렇다고 치자. 그럼 가슴과 배에 있는 천사 문신은 대체 어디다 쓰는 물건이란 말인가?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이야기를 짜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런지, 요즘 호필이는 웃통도 벗지 않는다. 그게 눈에 띄면 시청자들이 눈치를 챌까 두렵기 때문이리라 짐작한다.

떨어진 긴장감을 보충하기 위해 제작진은 음모론에 무게를 확 실어주는데, 그 또한 애처롭기 짝이 없는 짓일 뿐이다. 음모론에 기대어 진행되는 작품은, 그 음모의 핵심이 누구인지 밝혀지는 순간부터, 십중팔구 평범한 액션물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자신을 괴롭히는 주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배가되는 공포심과 불안감이 음모론 장르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호필이는 티백이 들고 튄 돈에, 링컨은 금쪽같은 내 새끼 LJ에게만 관심이 있고, 엉뚱하게도 닥터 세라가 몸통의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다. '부통령이 범인이다'라는 것을 이미 시즌 1에서부터 시청자들이 알아버렸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호필이와 부통령 및 컴퍼니의 대결이 나와야 할 타이밍인데, 적어도 내가 본 지점까지는 그런 건 안중에도 없고 유타에서 유부녀가 사는 집 바닥에서 '그냥 파봤어'를 하고 있었으니 이 어찌 재미가 떨어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2.

불행하게도 이 드라마는 시즌 1이 끝나기 전부터 정서적인 호소력을 상당히 잃어버렸다. 14화까지 이 작품은, 탈옥 스릴러가 진행되는 폭스리버 교도소를 배경으로, 죄와 용서와 믿음에 관한 진지한 이야기를 동시에 이끌어나가는 수작이었던 것이다. LJ가 링컨과 화해하는 장면, 스코필드가 어렸을 때 형이 자신에게 그러하였듯이 믿음faith을 강조하는 모습 등은 그 자체로서 상당한 정서적 호소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프리즌 브레이크>는 탈옥물이기에 앞서, 처형을 눈앞에 둔 사형수가 인생을 정리하는 이야기였으며, 유아강간살해범과 살인범이 득시글거리는 감방에 들어온 한 엘리트 청년의 이야기였고, 그 형제가 서로를 믿고 의지함으로써 생애 최악의 고난을 이겨내는 인간적인 드라마였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교도소장인 포프Pope가 음모 세력의 협박을 이겨내는 에피소드였다. 부인 말고 다른 여성을 사랑하게 된 그는, 결국 이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려나가고 있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자신의 친아들을 교통사고로 위장해 죽였거나, 혹은 교통사고로 사망한 일에 대한 중요한 진실을 지금의 부인에게 철저하게 감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약점을 음모 세력은 물고 늘어지며, 형을 탈옥시키기 위해 계략을 꾸미고 있는 스코필드를 다른 교도소로 이감시키라고 협박한다. 하지만 스코필드를 이감시키는 것은 교도소장으로 자신의 양심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거기서 그는 고해신부에게 찾아가 그 일을 고한다. 그리고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여, 부인에게 자신의 죄를 실토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엉뚱한 교도소에서 엄한 스코필드가 괜히 콩밥을 먹을 뻔한 위기가 바로 이렇게 극복된다.

미국 드라마를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신교 국가라고 알려진 그곳에서, 이렇게 가톨릭적 감성을 제대로 짚어내는 작품이 나왔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실제로 이 감옥에 관련된 사람들은 마치 프로테스탄트 교회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라틴계인 수크레나 이탈리아인 아부루찌야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슬럼가에서 자라난 백인인 링컨이 성당에 앉아있는 모습은 다소 이질적이다. 이것은 작가의 기본적인 제작 취지에서 비롯한 일로 보이는데, 연장방영으로 인해 본래의 의도가 훼손되기 전까지, 이 작품은 상당히 일관된 종교적 색체를 띈 구교 드라마이기도 했다.

대체 드라마에서 신구교의 감성적 차이가 뭐가 있냐고 묻고 싶은 사람은, 장르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위기의 주부들>에서 '죄'를 다루는 방식이 어떠했는지를 되짚어보기 바란다. <위기의 주부들>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결국 혼자 속으로 삭히고 반성한다. 반면 <프리즌 브레이크>에서는 그것을 다른 사람에게 실토하고 용서를 구하는 과정이 유난히 부각된다. 감옥을 벗어난 순간 이미 기존의 미덕을 다 잃어버렸다고 한참 씹는 중이긴 하지만, 시즌 2에서 소매치기 소년이 자신을 유타까지 태워다준 카풀 여대생을 만나는 장면도 그렇다. 그런 종류의 'I'm sorry' 에피소드는 미국 드라마에서 결코 특별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수사관 마혼이 자신의 약물 복용을 털어놓으며 고해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바로 그 앞에 배치됨으로써, 상투적이라면 상투적인 극적 장치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다.


3.

이렇게 좋은 바탕을 깔아놓고 있으면서도, 특히 시즌 2에 접어들어 이 드라마는 제대로 된 깊이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가족과 서로에 대한 보호와 신뢰 및 사랑, 죄를 저지르고 용서받는 과정의 쓰라림 등에 대해서라면, 감옥에서 나온 다음이어도 할 말이 사실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더없이 얄팍한 작품이 되어버린 것은, 스코필드의 잠재억압부족현상이라는 최고의 설정을 전혀 살려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제작진은 그것을, 그가 티백의 손아귀에서 소매치기 소년을 구해내게 하는데까지만 활용하였고 그 이후로는 까먹고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시피,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서 간절한 생각이 드는 건 결코 축복이 아니라 저주이며, 그것도 아주 끔찍한 종류의 것이다. 머리가 좋아서 이것저것 다 알 수 있을만한 지각을 가진 사람이, 자신과 자신의 형을 탈옥시킨다는 목적으로 일부러 감옥에 들어왔다면 더더욱 그렇다.

스코필드는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을 이용해야 하고, 속여야 하고, 또 배신해야 한다. 이제야 이름이 기억난 소매치기 소년 트위너의 경우를 놓고 보자. 그가 감방 동료들을 배신했다고 하지만 사실 문제의 근원은, 트위너를 티백의 손아귀에서 건져낸 다음 손목시계를 훔치게 해놓고 수수방관한 마이클에게 있다. 아무리 정신병자라지만 헤이그웨어(맞나)를 두번이나 이용해먹고 버리는 모습 또한 결코 윤리적으로 옳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스코필드는 처음부터 아브루찌를 발라먹을 작정을 하고 있었고 결국 그 꿈을,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루었다. 잠재억압부족현상으로 인해 측은지심을 느끼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인간이라면 자신이 저지른 이러한 행위의 결과 앞에서 차마 말하기 힘든 쓰라림을 느껴야 마땅할 것인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

프로그래밍 된 인간이라는 설정 자체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다. 하지만 그것을 단편적으로 소비한 다음 싹 잊어버린 것처럼 작품을 진행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스코필드는 그저 정상인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측은지심의 소유자일 뿐이며, 그나마 큰 죄책감을 느껴야 할 일은 그에게 벌어지지도 않는다. 강을 건너다가 통나무에 다리가 낀 수크레를 버리고 가야 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겠지만, 역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드라마는 점점 더 재미없어진다. 만약 스코필드가 다른 사람들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계속 고통을 느꼈다면,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면, 이 드라마는 말 그대로 걸작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을 것이다. '너무 선한' 본성을 적절히 억제해야만 하는 고통, 자신의 형의 생명이라는 더 큰 가치를 위해 다른 사람들을 속이고 이용하고 등쳐먹어야 한다는 모순된 상황에 스코필드는 더욱 처절하게 처박혔어야 한다. 시즌 1에서 그런 부분들이 아주 잠깐 나오지만, 사실 그러한 내적인 갈등과 전개는 작품의 무대가 갑자기 넓어져버린 시즌 2에서 더욱 절실한 것이었다.


4.

<프리즌 브레이크>가 시즌 2의 저조함을 벗어던질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해보인다. 이미 몸에 새겨진 문신을 없던 셈 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연장방영을 하고 싶었다면 제작진은 차라리, 스코필드와 일당이 감방에서 나갔으되 담장을 넘지는 못했다는 식으로, 온 몸에 새겨진 하수구 도면에 힘입어 감옥 어딘가에 숨어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처리했어야 한다. 울타리를 넘은 탈옥범들을 추적하는 수사관 마혼도, 그를 조종하고 있는 음모 집단도, 모두 너무도 상투적이며 극적인 긴장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위기에서 벗어난 형제간의 성격 갈등도, 제대로 불거지기 전에 둘이 찢어짐으로써 대충 봉합되었고, 링컨은 LJ를 너무도 쉽게 구해냈다. 스릴러로서의 기본이 이렇듯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작품의 초반부에 나타났던 몇몇 호소력 있는 장면을 기대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일 터. 결국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나는 드라마 제작진을 탓하기보다는 방송국을 욕함으로써 좀 더 쉬운 길을 택하게 된다. 제발 폭스는 괜찮은 드라마 연장방영하는 작태를 집어던져라. 호필이 문신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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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Walker  -  (2006/11/20 16:40)   R | X 
종교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CSI 시리즈에서도 (라스베가스, 뉴욕, 마이애미 모두) 종교적 분위기는 주로 카톨릭에 의해서 드러난다. CSI 뿐 아니라 기억을 더듬자면 페이스 오프에서도 그랬고, 시스터액트도 그랬지. 미국에서 신교는 이미 종교로서의 아우라를 잃은 것 같다. 불신의 시대에 살아남는 종교성이란 결국 그럴싸한 제의와 전통, "껍데기" 그 자체에 현현하는 신성이 아닐까, 싶다.
노정태  -  (2006/11/21 00:54)   R | X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다른 미국 드라마에서도 그렇구나. 가톨릭은 여러모로 서사 매체에서 활용되기 좋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지. 일단 '고해성사'의 존재 자체가 극작가들에게 엄청난 유혹일테고, 종교적 예식에도 네 말대로 제의와 전통이 충실히 살아있으니 말이야. 반면 신교는 성서의 자국어 번역과 인쇄술의 발명에 힘입어 확산된 탓에, 개인이 직접 성서를 읽고 신과 마주하는 것에 신앙의 본질을 두고 있으니, 영상화 혹은 서사화하기가 어려울 테고. 이 불신의 시대에 신교보다 구교가 좀 더 잘 버텨나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신앙의 중심이 개인의 믿음에만 있느냐 아니면 개인의 믿음과 교회의 예식에 함께 있느냐가 큰 변수 중 하나일 거라는 네 말에 기본적으로 동의해. 하지만 그냥 놓고 봐도, 교회보다는 성당에, 목사보다는 신부에게 카메라를 들이대었을 때 더 '그림'이 잘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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