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태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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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부도 근성이다  -  2006/07/10 16:46

십 년전 내가 심리학부생이었을 때, 도서관 부서 직원이었던 안네는 모든 심리학자들이 불가능하다고 할 그런 일을 하고 있었다. 매년, 거의 완벽한 정확성을 보여주면서, 그는 어떤 3년차 학부생이 1등급 졸업 학위(first-class degrees)를 받을지 예언했던 것이다.

안네는 그들의 에세이가 어떻게 채점되는지, 그들이 기존에 받아온 A학점이 얼마나 되는지, 혹은 그들이 IQ 테스트에서 몇 점을 받았는지 등(최종 점수를 예측하는데 필요하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모든 정보들)을 알지 못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부서 도서관에서 얼마나 자주 눈에 띄였는가가 그가 아는 전부였다. 강의 노트를 읽고, 관련 잡지를 복사하며, 책을 빌리는 횟수. 그리고 안나가 자주 보았던 한 줌의 - 그 해의 다른 학생들보다 눈에 확 띌 정도로 자주 보이던 - 학생들이 1등급을 차지하게 되어 있었다.

대학에서의 성취도를 좌우하는 것은, 재능이 아닌 자기 단련이라는 원칙 하에, 안네는 일해왔다. 심리과학 분야에서 최근 10년간 출판된 연구 성과들은 모두 같은 결론에 도달하였다.

심리학자인 안젤라 더크워쓰와 아틴 세릭먼은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어떤 공립 학교의 8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낙엽이 지는 가을, 160여명의 어린이들은 IQ 테스트를 받고, 그들(과 그들의 부모와 교사들)은 피시험자의 자기 통제력에 관한 질문에 대답하게 되었다. 당신은 욕망을 잘 억누를 수 있습니까, 라는 질문을 받은 것이다. 당신은 결과를 얻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까? 혹은, 당신은 일을 성취해나가는 과정에서 종종 기쁨과 즐거움을 느낍니까?

학생들은 그들이 만족감을 얼마나 뒤로 미룰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실생활 시험을 동시에 치루었다. 각 피시험자는 1달러가 들어있는 봉투 한 장을 받는다. 그것을 그냥 가질지 아니면 돌려주고 다음주에 2달러를 받을지를 그들은 결정할 수 있었다. 그들의 선택 결과는 세세하게 기록되었다.

봄이 되자 연구자들은 다시 돌아왔다. 그들은 가을에 조사를 받았던 학생들의 성적을 검토한 후, 얼마나 영리한가, 자기 통제력이 있는가, 라는 두 가지 항목을 살펴보았다. 연구자들은 알고 싶었다. 학교 성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길게 봤을 때, 결국은 자기 통제력이 요건이라는 사실을 심리학자들은 밝혀냈다. 학적 성취도를 예측할 때, 어린이의 자기 통제력은 그 어린이의 지능보다 두 배 가량 중요한 것이었다.




... 더 이상의 번역은 도저히 귀찮아서 못하겠으므로 생략.


학교에서 같은 고시실 사람들과 저녁을 먹었던 적이 있다. 이야기가 어찌어찌 흘러가다가,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선생 말을 잘 듣는다는 것과 똑같다'라는 말이 내 입에서 나왔다. 누군가가 '난 선생 말 되게 안 들었는데'라고 대꾸하였고 그 시점에서 나는 그냥 닥치고 밥이나 먹기로 했다.

기왕 말을 꺼낸 김에 여기서 좀 더 풀어보자면, 그럭저럭 먹고 사는 집안 애들이 못살고 집에 시끄러운 일 많은 애들보다 공부 잘 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런 종류의 '의지'는 사실 순수한 의미에서의 '자유의지'와는 거의 상관이 없다. 안정적인 가정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에게는, 세상이 자신의 것을 허무하게 짓밟아버리지 않는다는 믿음이, '내일도 태양은 떠오른다'처럼 자명하게 받아들여진다. 위에 번역한 부분에서 나왔던 실험 중 하나를 상기해보자. 한번 손에 넣은 1달러를, 잠시 포기하면 2달러가 된다. 그게 '이익'이 된다는 것은 원숭이도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피실험자가 실험자를 얼마나 신뢰하느냐이고, 어린이의 입장에서 그가 어른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는가는 그의 가정환경이 어땠는지와 상당한 연관을 지닐 수밖에 없다. 가령 어떤 집에서는 세뱃돈 받은 것을 부모님이 '보관' 해준다는 명분 하에 다 수거해서 고스톱 판돈으로 써버리고, 다른 집에서는 애가 용돈으로 쓰게 냅둬왔다고 해보자. 가정 A에서 자란 아이는 B에서 자란 아이보다, 앞서 나온 1달러 실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손에 들어온 것을 다시 어른에게 내어주면 결국 손해를 본다'는 체험을 매년 한두번 씩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그 아이에게 '왜 너는 그렇게 의지가 약하니, 순간의 욕망을 참지 못하고 더 큰 이익을 놓치니'라고 훈계하고 설교하는 것은 전혀 타당한 일이 되지 못할 것이다. 그 아이에게는 세상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이 선생에게 꼬박꼬박 대드는 반항아였다고 '추억'하는 고학력 학생들을 보면, 우습고 답답하다. 뻔히 알면서도 입으로 설명하려 들면 버벅거리기 시작하는 나 자신도 마찬가지지만.

원문은 여기에 링크되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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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  -  (2006/07/10 17:16)   R | X 
마지막 태그 삑사리가 인상적-_-

난 조금 다르게 생각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건 운->머리->노력순이고,
학업성취도에서도 머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노력보다 높다고.

난 초등학교 졸업 이후로 심지어는 시험기간에도 공부를 한 적이 없지만, 내 중학교 졸업 성적은 소위 '강남 8학군'이라는 곳에서 0.192%였어. 물론 다녔던 학교의 특성상 따로 '비교 내신'을 산출하는 시험을 보긴 했지만, 난 그 시험조차도 말그대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거든. 수능의 경우에도 퍼센테이지는 떨어졌지만, 그리 다르지 않았고. 대학에서도 난 대부분의 수업을 4회이상 결석하고, 한학기 마흔개 이상의 레포트중에 두어개 제출하고 수업에 들어가더라도 무조건 출석부르고 나왔음에도 평점이 4.0에 가까웠어. 그리고 난 초딩 이후로 단 한번도 모범생이었던 적이 없어. 나의 이런 고백이 결코 '추억'이 아니라, '사실'임을 난 내 친구들의 증언을 통해 증명할 수도 있어. (너에게 고작 이정도의 말들이 잘난척으로 비춰지진 않을거라 생각해-_-)

나의 경우를 일반화 시키기는 어렵지만, 난 저 위의 실험에서 피실험자 집단의 두뇌능력의 편차가 실험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정도로 크지는 않았을거라 확신해. 물론 '일반적'으로야 너의 가설이 들어맞을 가능성이 크지만 말야. 세상엔 노력으로 넘어설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걸, 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확신하게 되었거든. 다만 운과 머리는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것은 고작해야 노력밖에 없겠지.

(내가 써놓은 말들이지만 내가 봐도 참 재수가 없긴 해..)
노정태  -  (2006/07/11 00:58)   R | X 
너 하나를 놓고 말할 수는 없지. 이건 어디까지나 사회학적인 문제를 다루는 거니까. 너처럼 노력하지 않고 1등을 하는 애가 있는가 하면, 남들보다 4배 더 노력하면서 겨우 반에서 7~9등 하는 애도 있지. 그런 일군의 '모범생'을 한꺼번에 놓고 보자고. 그 애들의 성격은, 밑에서 10등까지 하는 애들을 비교군으로 잡았을 때, 확연히 다를 뿐 아니라 그들끼리의 어떤 공통점을 확실히 가지고 있지. 부천고는 비평준이어서 이게 좀 덜했는데 중학교때는 정말 많이 느꼈어. 그런 얘기야. 너의 경우를 일반화시키는 건 당연히 타당하지 않지. 너는 평균치에서 벗어나 있긴 하지만, 통계 자체를 무효화시킬 수 있는 자료가 되지는 못하거든.
ㅡ.ㅡ  -  (2006/07/11 09:39)   R | X 
진보누리의 월급이가 생각나는군요.문신과 피어싱의 유행이 근성과 상관있따는 월급이.ㅋ
치즈롤  -  (2006/07/11 14:22)   R | X 
내 특수상황때문에 그런지, 이 기사에 정말 동의해. (그런데 네가 쓴 '근성'보다는 '자기단련' 정도의 단어가 더 나을 듯?) 공부하다보니까 '공부'라는 말은 뭉뚱그려 쓸 말이 아닌 걸 느껴. 공부에도 분야가 넘 다양하고, 요구되는 소질도 다르고. 인문학 논문같은거 쓰려면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일단 꼭 읽어야할 책들이 너무 많으니 그걸 안 한다면 스스로에게 그 머리를 발휘할 기회도 안 주는 셈이 되지.. 이런 레벨의 공부에선 그래서 자기단련이 최고로 중요한 것 같애. (<- 전혀 단련이 안 되어있는 사람) 물론 안 읽고도 어떻게 잔머리를 아주 잘 굴린다면 또 모르지만, 그래도 이쯤되면 잔머리 굴리는 사람이 손해지.. 학비 아깝잖아..

근데 이런 공부가 아니라, 중고등학교 공부정도라면, 운이나 머리(잔머리?)로만 버티는 것도 가능하고, 또 집안사정이 좋아도, X같아도 할 수 있고. 돌연변이들이 많이 목격되는 듯.. 잘한다는 애들의 공통점이라면 시스템을 잘 인지하고 있어서 반항도 시스템 안에서 한다는 것쯤일까?
노정태  -  (2006/07/12 00:20)   R | X 
ㅡ.ㅡ /진보누리에 월급쟁이라는 아이디가 있었다는 건 기억나지만, 다른 건 전혀 떠오르지 않네요.
노정태  -  (2006/07/12 00:30)   R | X 
치즈롤/ 이 기사 처음 보자마자 네 상황이 떠오르더라. hs가 말한대로 대학 교육에서도, 고등학교 정도의 잔머리로 어찌어찌 할 수 있는 경우가 꽤 있거든.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렇지. 하지만 너는 그야말로 단련discipline이 필요한 공부를 하고 있고 그러느라 골골거리고 있으니.

잘하는 애들의 특성이 시스템을 빨리 인식하는 거라는 말도 맞아. 더 풀어놓을까 말까 하다가 관뒀는데, 그렇게 시스템의 구조를 빨리 파악할 줄은 알면서, 그 속에 완전히 편입될 때까지 자신을 통제하는 일에 성공하지 못하는 애들은, 인생을 쉽게 살려고 하는 경향이 있고 거기서 길을 잘못 들면 사기꾼이 되곤 하지. 사기라는게 바로 그렇잖아. 땅을 사고 파는 거건 개를 사고 파는 거건, 어떤 구조를 꿰뚫고 거기서 허점을 잡아낸 다음 다른 사람의 욕망을 이용해서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거지. 만약 합법적인 일을 꾸준히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정도의 머리를 가지고 있을 때, 장기적으로 더 이익을 볼거야. 하지만 그건 지루하고 피곤한 과정이라서 사기꾼들은 못하지. 그래서 남을 속여서 등쳐먹는거고. 이건 완전 삼천포로구만. ㅡㅡ;;

근성이라는 번역어는 약간 재미로 붙인건데, 좀 부적절하긴 하다. 하지만 이미 공개했으니 뭐.
ㅡ.ㅡ  -  (2006/07/12 11:50)   R | X 
지금도 월급쟁이는 진보누리에서 활발히 할동하고 있습니다.있었다는 건 이제 안가신다는 뜻?ㅎㅎ
노정태  -  (2006/07/12 12:22)   R | X 
ㅡ.ㅡ/ 안 갑니다. 안 간지 아주 오래됐습니다.
김규섭  -  (2006/07/12 14:55)   R | X 
난 공부를 못해서 이런 얘기가 참 불편하네요 ^^ 키키 ..
사실 "반항아였다고 '추억'하는 고학력"들은 이거죠, '나 공부만 하는 범생, 찌끄레기 아니었다.' 이 말을 하고 싶어하는 것 아닙니까. 완죤 학바리 모범생보다는 적당히 개기고 나쁜 짓도 하면서 공부는 잘하는 쪽이 더 쿨해보인다고 남들이 생각해줄테니까. 하도 그런 부류만 보고 살아와서 상당히 짱나염.

아 .. 위에 리플다신 분을 비아냥거리는 건 아니구요 =_=; 내가 봐왔던 애들이 대개 그랬다구요~ '-'//
김규섭  -  (2006/07/12 14:45)   R | X 
그나저나 요새 근황은 어때요? 뭐하고 지내시나 ..
hs  -  (2006/07/12 15:45)   R | X 
김규섭 / ㅎㅎ 그런 사람들 제 주변에도 많아요. 근데 저는 범생 찌끄레기가 되지 못한걸 평생의 한으로 안고 사는 사람이라는 아픈 사연이..

노정태 / 맞아. 내가 인문학에 깊이 빠지지 못하고, 계속 수능질이나 하고 있는 이유는 거기에 있을지도. 난 내가 사기꾼이 될거라고 굳게 믿는 편인데, 왜냐면 나는 '자기 통제'라든지, '노력'이라든지 하는 말들과 이별한지 너무 오래된 나머지, 그런걸 어떻게 하는건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거든. 굳이 '자기 통제'라든지, '노력' 따위를 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원하는 성취를 하던 사람들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우습게 보기 마련이고, 자기는 그런 부류의 사람이 아님을 나타내기 위해 더욱더 그런 덕목들에서 멀어지다가, 결국은 '자기 통제'와 '노력'을 하고 싶은 상황이 와도 도저히 그러지 못하게 되는거겠지. 난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람이 부자 부모 만난 사람 다음으로 부러워.

하하. 물론 위대하신 국가님께서는 나같은 인간들을 위해서도 예비해 놓으신 곳이 있지. '군대'라고..ㅎㅎ (왠지 '예비역'의 예비는 태초부터 그 기표가 나에게 고정되도록 예정된 것 같은 느낌인걸! 할렐루야!)
JWalker  -  (2006/07/12 16:23)   R | X 
나같은 모범생들의 이야기군..
김규섭  -  (2006/07/12 17:54)   R | X 
악! 점점 더 공부잘하는 사람들의 대화가 되어 간다. 도망가야지~~

아 근데요 노정태형님께 죄송하지만 늘 카이만의 블로그를 통해 방문합니다.
왜냐, 'rasu' 다음의 스펠이 외우기 어려워요. '-'
ㅡ.ㅡ  -  (2006/07/12 22:05)   R | X 
진보누리에 진중권이 안오니깐 그런 현상이라고 봅니다.
  -  (2006/07/13 00:30)   R | X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노정태  -  (2006/07/13 21:43)   R | X 
김규섭/ 그냥저냥 지내. 그리고 주소가 어렵고 이제는 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웹의 안정성을 위해 계속 써야한다고 생각해. 그러니 계속 링크를 클릭하렴. ㅎㅎ
노정태  -  (2006/07/13 21:44)   R | X 
hs/ 수능 준비를 영적 단련의 기간으로 삼아봐. 물론 주님께서는 너와 함께... ㅡㅡ;;
노정태  -  (2006/07/13 21:44)   R | X 
Jwalker/ 즐.
노정태  -  (2006/07/13 21:45)   R | X 
ㅡ.ㅡ/ 글쎄요. 진보누리가 망한 건 꼭 진중권 때문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노정태  -  (2006/07/13 21:52)   R | X 
비공개/ '공부'라는 말의 의미폭이 너무 넓기도 하고, '말을 듣다' 라는 단어도 너무 포괄적이지. 전달하는 정보를 이해하는 것과 화자의 명령을 수용하는 것,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잖아. 그래서 '선생 말을 듣고 곧바로 이해하는 아이들'이라는 것과, '선생에게 고분고분한 아이들'이라는 말이, '선생 말 잘 듣는 애들' 이라는 단어 하나로 축약될 수 있고. 나는 그 둘이 비슷하다고 하는데 다른 애들은 싫다고 한거야.

그나저나 문장을 확실히 끝맺음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어때. 한국어의 핵심은 말꼬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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